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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뒤 얘기

월드 뉴스를 챙겨봐야하는 까닭


월드 뉴스 하면 어떤 게 떠 오르시나요?
메인 뉴스 맨 끄트머리에 위치해 비중없이 단신 처리되는 뉴스,
중동의 일상화된 연쇄 자살 테러로 매일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뉴스, 
어제와 별 다를 바 없는 금융위기 뉴스.
한 마디로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딴 나라 뉴스 정도로만 생각하시나요? 

네 맞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처음 월드 뉴스의 앵커를 맡으며 저도 같은 이유로 불만이 있었습니다. 
첫 인상이 좋지 않던 프로지만 무려 2년 간 진행하며 지지고 볶다 보니 좋은 점이 하나 둘 눈에 띄네요. 
지금 알았던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으로 국제 뉴스가 얼마나 매력있는지 썰을 풀어 보지요.

한 편에선 전쟁, 한 편에선 축제가  


2011년 9월 20일
이 날이 잊혀지지 않네요.

독일에서 그 유명하다는 옥터버페스트가 열렸습니다. 뮌헨 곳곳에 간이 천막이 설치되고 밤새 세계 맥주를 마시는 축제이지요. 리우데자네이루 삼바 축제와 일본 삿포로 눈축제와 더불어 세계 3대 축제이기도 합니다. 아마 맥주 좋아하시는 분들과 세계 여행 좋아하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죠.

같은 날 중동의 예멘에선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탱크를 앞세운 정부군의 강경진압으로 7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한 편에선 대규모 학살이 한 편에선 축제가 동시에 일어나는 지구촌의 두 얼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뉴욕의 제임스가 아이패드를 만지작 거리면 맨해튼에서 느긋하게 문명의 이기를 즐기고 있는 이 순간, 그 아이패드를 만드는 중국 공장에서 연일 계속되는 야근으로 건물 옥상에서 몸을 던지고 방콕의 살리마스는 물난리를 수습하느라 바쁘고, 알둘라는 테러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으며, 베이징에선 눈꽃 축제를 즐기고 있습니다.  매일 이런 희극과 비극이 동시에 발생하는 곳이 지구촌이고 세상입니다.

우리의 과거와 미래가  

이집트에서 일어난 민주화 시위가 다른 중동국가들로 번지면서 리비아에서도 오랜 독재자가 물러났습니다. 시리아에서도 대통령이 사면을 조건으로 야당과 정권이양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철권통치를 했던 정권을 시민의 힘으로 몰아내는 과정을 지켜보며 1980년 서울의 봄을 떠올리는 분들 많으셨을 겁니다.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우리에게 짧은 '봄'이 오고 다시 새로운 군부인 전두환 정권이 출현했던 점을 상기하니 이집트 타흐리르 광장에서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마냥 축하만을 건넬 수 는 없었습니다. 역사는 반복되고, 슬픈 예감은 늘 맞는 걸까요? 안타깝게도 요즘 이집트의 상황은 좋지 않아 보이네요. 


"부자들은 세금을 더 내야한다"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이라는 '버핏'의 한마디가 전 세계에 전해졌습니다. 바로 오바마 대통령도 부자 증세 법안을 제출하겠다며 화답했지요. 연이어 이탈리아에서도 부자들의 세금을 더 높이는 법안이 추진된다는 뉴스가 이어졌습니다. 세계의 이슈가 1% 부자들의 고통분담으로 급격하게 이동한던 그 때, 대한민국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를 했습니다. 보편적 복지란 망국적인 포퓰리즘이며 증세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을 했지요.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신자유주의의 탐욕이 정점에 달해 반월가 시위를 예고하던 그 때, 오 전 시장이 국제적 흐름을 정확히 내다보았다면 사퇴라는 무리수를 두었을까요?

ps. 오 전 시장의 예측은 들어 맞았습니다. 2011년 마지막 날 최고소득세율 구간을 새롭게 신설하는 한국형 버핏세 법안이 통과 되었네요. 

대한민국은 숨가쁘네요. 서구가 200년 넘게 쌓아온 민주주의, 산업화, 자본주의를 따라잡으려니 뭐든지 속성으로 할 수 밖에 없지요. 그러다 보니 매일 밤을 새 공부하는 학생처럼 구성원의 삶은 피곤하고, 습득하는 지식도 효율성만 강조해서 편협하지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계를 바라보며 우리는 지나온 과거와 앞으로의 미래의 역사를 만나게 됩니다. 흔히 통시적이라는 말을 쓰지요. 역사의 줄기를 바라보며 한 호흡 여유를 가지고 세상을 더 크게 바라보는 것이지요. 또한 오늘 우리의 삶이 비록 비극일지라도 희극인 세상 어느 곳을 바라보며 희망을 갖고 반대로 우리의 삶이 희극이라면 비극인 그들의 삶의 눈감지 않는 열린 시각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월드뉴스는 꼭 챙겨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