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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내 말에 사람들이 귀 기울이지 않는 이유


'부담 가질 필요 없어! 술 한 잔 살게'


아나운서가 되고 나서 학교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선배의 요청이 온 적이 있었다. '아나운서가 되려면, 말을 잘하려면 이렇게 하라'는 내용이었다. 부담 갖지 말라는 말에, 100번의 면접에 떨어지고 아나운서가 된 지라 떨어지고 붙은 얘기만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얘기에 흔쾌히 나갔다. 대충 몇 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그 자리에 섰다. 강의 10분 후 문제가 발생했다. 키워드를 다 말하고 나니 머리가 하얘졌다. 할 얘기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초롱초롱 빛나는 후배들의 눈빛에 '그게 다야'라는 실망감이 보였다. '내가 아나운서 맞는 건가?' 그 날 이후 난 스피치를 배우고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김미경의 '아트 스피치'를 집어든 것도 그 때문이었다. 

스피치 1원칙: 설계도    


'1분짜리 건배사든, 3분짜리 자기소개든, 1시간 짜리 강연이든 무조건 설계부터 해야한다.'
- 김미경의 아트 스피치 중에서

10분만에 내 이야기가 방향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끝나버린 이유! 첫번째는, 말의 '설계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트 스피치에서는 말의 설계도가 왜 필요한지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의 기대 심리 때문이다.' 즉 여기가 도입부라면 이제 주제가 나오고 서서히 클라이맥스로 올라갈 거라고 사람들은 기대한다.



구체적으로 A-B-A' 라는 설계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A에서 몇 가지 주제를 제시하고 그 주제가 왜 중요한지 이야기를 풀어나가야하고, B에서는 극적인 에피소드를 섞어 클라이맥스로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A로 돌아가 왜 지금까지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주제를 상기시켜야 한다. 1분짜리든 3분짜리든 1시간 짜리든 마찬가지다. 

스피치 2원칙: 에피소드  


'자네도 스토리를 만들어봐'

몇 년 전, 어느 술자리. 평소에 입담 좋다는 선배가 내게 해준 충고였다. 술자리에서 내가 한 말은  '아 그래요?' '와~' 하는 추임새가 전부였다. 추임새만으론 대화를 오래 끌고 가기에는 2% 부족하다. 어느 한 쪽만 말하게 되고 그 사람의 얘깃거리가 떨어지면 이내 그 자리는 냉랭해지게 마련이다. 

사실 스피치의 1원칙, '설계도'를 만드는 것으로 듣는 사람의 기립박수를 받을 수는 없다. '성의있게 준비해왔네'정도는 들을 수는 있겠지만...... '아트 스피치'에서는 얘깃거리, 즉 에피소드를 여러 개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에피소드란 내가 겪은 감동적인 경험, 인상적인 한 순간, 삶의 지혜가 담긴 이야기이다. 한마디로 귀를 쫑긋 세울수 밖에 없는 얘기다. 이 에피소드는 반드시 내 설계도의 주제를 뒷받침해야한다.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 ♬  

'나의 하루하루는 매일 평범해, 그런데 에피소드가 있겠어'라는 생각은 편견이라고 아트 스피치는 역설한다. 내 아내는 나와 함께 보낸 하루 중 재미있는 순간을 기억해 두었다 밤에 다시 나에게 들려준다. 함께 보낸, 같은 하루의 한 순간을 아내는 포착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생각의 곳간에 넣어 두었다가 잊을만하면 또 다시 웃음을 준다.  

에피소드가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관찰력과 실행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미경 원장은 늘 메모지와 볼펜을 들고 다닌다. 책, TV에서 본 걸 적고 심지어 지인들과 함께간 노래방에서도 '직장 남자들의 세대별 노래 선호도'를 통해 '직장에서 소통'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낸다.  

스피치의 2원칙! 말의 설계도를 뒷받침하는 에피소드가 충실히 갖춰져 있다면 그 스피치는 성공이다. 설계도가 골격이라면 에피소드는 그 주제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볼만한 책일까?  

                                                                          
이 책의 장점은 이론적 배경과 그것을 뒷바침하는 사례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스피치학을 다룬 책은 많지만 글쓴이가 현장을 체험하지 못해 실제 어떻게 해야하는지 설명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가 있고 오히려 현장만 체험한 사람들은 검증되지 않은 자기만의 방식만을 고집하지만 이 책은 이 두 가지 함정을 모두 피해갔다. 또 이 리뷰에서는 언급하지 못했지만 '대중 앞에 서면 동상처럼 굳어지는 사람들을 위한 해결책', '다수의 청중을 내편으로 만드는 방법'등 국내 최고의 스피치 강사의 정수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또한 굳이 프레젠테이션까지 아니더라도 모임에서 자기소개, 짧은 건배사 노하우까지 꼭 발표를 전문으로 하지 않은 일반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자화자찬성 멘트와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건은 나중에 진짜 자서전을 쓸 때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김미경 원장의 사진의 포즈. 시종일관 경직된 제스처를 풀라고 책에서 얘기하지만 사진 속의 김미경 원장은 조금 어색하다는 건 사실 단점이 아니라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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