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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뒤 얘기

김혜수의 W, 섣부른 눈물이 아니었을까?


MBC의 간판 국제시사프로그램인 <W>앞에 김혜수라는 이름을 붙있을 수 있을까? '김혜수의 W'가 첫방송을 시작하기 전 시청자들의 의문이자, 대중의 관심이었다. 새로 개봉하는 영화에서 김혜수가 주연을 맡았다고 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거렸겠지만 그녀가 시사 프로그램의 신뢰도를 담보하는 진행자가 됐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의문점을 표시했다. 

사실 김혜수 이전에도 이런 논란은 있었다. <세계는 그리고 지금은>의 김미화 역시 처음엔 전문성과 자질 시비가 있었다. 코미디언과 시사 프로그램의 조합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김미화는 청취자의 눈높이에 맞춘 진행으로 지금은 호평을 받고 있다. 김혜수 역시 김미화처럼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성공적으로 시사 프로그램에 걸맞은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리라 생각했다.

시사와 그녀의 눈물  




그런데 김혜수의 W 진행 한 달만에 그녀가 눈물을 보였다. 한창 꿈을 키워가야할 아이들이 굶주리고 전쟁터에 나가야하는 끔찍한 모습에 눈물을 글썽이고 목소리가 떨리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에 나갔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눈물을 보인다는 것은 우리나라 방송에선 흔치 않은 일이다. 객관적인 사실 전달을 위해, 최종 판단은 시청자의 몫으로 남기기 위해 지나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왔던 것이다. 

물론 진행자는 정확한 사실 전달을 해야하는 것은 물론 감정을 놓쳐서는 안된다. 전임자인 최윤영 아나운서가 사실과 감정의 시소게임에서 정확한 내용전달이라는 사실에 무게를 두었다면 연기자인 김혜수는 감정에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점이 이번 개편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이 감정이입이 예상보다 많이 된 것이 문제였다. 말이 무거워졌고 빨라졌다. 또 낮은 톤으로 얘기하는 부분이 많다보니 시청자에게 기본적인 사실이 잘 들리지 않고 감정만 전해지는 것이었다. 시청자들은 감정과잉으로 연기를 하는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그녀도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다. 오랜 연기를 통해 보는 눈과 듣는 귀가 열려있었기에 한 회, 한 회 거듭할 수록 감정을 조금씩 덜어내면서 시사프로그램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런 그녀의 갑작스러운 눈물은 당황스러웠다. 판단의 몫을 시청자에게 돌리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눈물이라니!  진행자가 흘리기 보단 시청자가 마음껏 흘릴 수 있게끔 양보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자  


같은 배우이자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인 김상중의 예를 들어보자.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김상중은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은 감정연기를 한다. 표정연기는 김혜수보다 더 하면 더할 것이고 제스처도 가장 크다. 그런데 왜 시청자들은 김상중의 진행을 좋아하는 걸까? 그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오랫동안 시사 프로그램을 맡아오면서 쌓아온 시청자와의 유대감이다. 김상중은 자신의 감정처리에 시청자들이 익숙해질 때 조금씩 조금씩 그 허용 범위를 넓혀 나갔다. 이제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의 감정 표현의 끝은 김상중이 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수년간 진행해왔지만 김상중은 눈물을 흘리진 못했다. 

일단 신뢰감을 얻은 다음  

아직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김혜수의 자리는 확고하지 못하다. '감정과잉'에 '사실전달'이라는 시사프로그램의 기본 가치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은지 얼마되지도 않았다. 지금 김혜수의 W에 필요한 것은 진행 방식의 새로운 시도(눈물이라는 극단적인 감정의 표현이라면 더더욱)를 할 때가 아니라 시청자로부터 진행자로서의 신뢰를 먼저 받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MBC 100분토론>의 손석희, <그것이 알고 싶다>의 김상중,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김미화, 이 세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진행자와 프로그램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신뢰도와 색깔이 진행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시간이 지나면서 진행자가 프로그램의 신뢰도를 담보하고 있는 것이다. 김혜수의 W 역시 시간이 지나 그런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 또 아는가? 김혜수 덕분에 시사 프로그램에서 '눈물'의 금기가 깨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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