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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토론 면접의 정석: 토론은 수싸움이다.

취업으로 가는 면접 준비에서 가장 소홀하게 되는 것이 토론면접입니다. 말을 논리적으로 조리있게 한다는 것이 하루 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에 애초에 포기하게 되는 면도 있고 어차피 토론은 그 날 커디션에 좌우되는 것 아니냐는 복불복 마이드 때문이었지요. 전략이 없어서 일까요? 보면 볼수록 늘어가는 다른 면접에 비해 팀별 토론, 2 vs 2토론, 집단 토론 등 여러 토론을 거쳤지만 토론실력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토론에 대한 목마름으로 급하게 스터디를 짜서 토론에 임하지만 의욕만 넘쳐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는 도돌이표 토론으로 끝나기 일쑤였지요.


얼마전 TVn에선 대학 토론 배틀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16개 팀이 월드컵처럼 토너먼트를 거쳐 최후의 우승자를 가리는 형식이었지요. 처음 그들이 토론을 할 때, 마치 제가 토론면접을 치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서툴고, 자신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그랬던 그들이 한 경기 한 경기 올라가면서 체계를 잡아가고 더불어 제게도 좋은 토론자란 어떤 점을 갖춰야 하는지 보는 눈이 생기더군요.    

결론부터 말하라.  


'저는 야구가 국민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vs
'~하기 때문에 야구가 국민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는 같은 말입니다. 말의 순서가 바뀌었을 뿐이지요. 어떤 표현이 좋을까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먼저 이야기하는 첫번째가 좋은 말하기입니다. 듣는 면접관은 참을성이 없습니다. 토론에 임하는 사람이 구구절절하는 이야기에 모두 집중하기도 힘듭니다. 자신의 입장을 먼저 밝힐 때, 선명하다는 인상을 주고 말에도 긴박감이 생기는 법이지요. 간단한 원칙이지만 습관이 되어 있지 않으면 지키기 힘든 것이기도 합니다.

이 원칙은 토론에 좀 더 깊이 들어갔을 때도 적용됩니다. '국민스포츠 야구인가 축구인가?'라는 토론의 주제는 '우리나라의 야구 경쟁력이 있는가?'라는 소주제로 옮겨 갈 수 있겠지요? 이 때 말하기도 '야구의 경쟁력이 있습니다. 첫째, 둘째, 셋째' 이런식으로 결론부터 말해야 면접관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대안을 제시하라.  

'고위공직자는 도덕적이어야 하는가'라는 문제로 토론을 한다고 가정을 해보지요. 청념결백해야한다는 쪽과 약간의 흠결이 있더라도 업무 능력이 있다면 임명해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설 것입니다. 토론에 대한 경험이 없을수록 문제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높지요.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아닌가만을 두고 한 얘기 또 하다가 토론이 끝나기 쉽습니다. 이 때 찬반을 뛰어넘어 누군가 '대안'을 제시한다면 토론의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예를들면, 공직자가 윤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공직자 임명 전 인사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면 흠결없는 사람을 뽑을 수 있다'하면 좋겠죠.^^

창을 쓸까? 방패를 쓸까?  

처음 토론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방통행입니다. 상대의 주장엔 관심도 없고 오로지 내 주장만 줄기차게 하는 것이지요.  '야구와 축구, 누가 국민스포츠인가'로 다시 돌아가볼까요? 

상대: 프로야구는 600만 관중을 돌파했다. 프로축구는 300만도 안되지 않느냐?
나: 네 관중수는 더 적은 게 사실이지요. 하지만 월드컵이 있지 않습니까? 

상대는 관중수로 야구가 국민스포츠라고 주장합니다. 혹하지 않으신가요? 이 때 반론도 없이 내가 준비한 월드컵 이야기로 넘어가버리면 관중수, 즉 흥행이란 부분에선 축구가 한 수 접고 들어가는 셈입니다. 이 때 필요한 게 바로 방패죠.
상대: 야구 600만, 축구 300만?
나: 총 관중수는 적지만 서울과 수원 한 경기에만 5만명이 들어온다.
     거기다가 야구는 매일하지만 축구는 일주일에 한 번 하지 않느냐?
     이제 월드컵얘기로 널 공격해주마!


야구 관중수에 대한 허점을 짚으면서 방어를 하고 월드컵이란 창으로 상대를 다시 공격하는 이 센스! 어떤가요?
토론이란 상대가 있는 싸움입니다. 상대의 공격이 날카롭지 못하다면 굳이 방어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 창이 날카롭다면 방패로 막고 가야겠지요. 

유리한 전장에서 싸워야 한다.  

'우리의 외교 친중이어야 하는가 친미여야 하는가'라는 토론 주제를 가지고 논의한다고 가정을 해 보지요. 중국은 이미 일본을 밀어내고 GDP로만 세계 2위로 올라섰습니다. 10년째 연 평균 경제 성장률 10%를 기록하고 있지요. 현재의 위치와 발전 가능성만 본다면 경제적으로는 친중을 하는 것이 좀 더 유리해 보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상황에서 친미를 주장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논점을 경제에서 재빨리 안보로 옮기는 것이지요. 중국과 북한은 여전히 혈맹관계이며 한반도의 위기상황은 북핵으로 더 고조되고 있다. 안보리스크를 고려했을 때 아직까지 친미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지요. 친중이라면 경제를 친미라면 안보를, 자신이 유리한 전장에서 싸우는 것이 토론에선 중요합니다.


토론은 수싸움이다.  


TV토론이 재미없는 이유가 무었일까요?
상대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되풀이하는 수준 이하의 토론을 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치고 받는 공방이 없는 말싸움에 채널은 돌아가는 것이지요. 하지만 토론을 김탁구보다 동이보다 재밌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상대의 이야기에서 허점을 찾아 찌르고, 내 이야기의 약점을 방어하고, 또 내가 유리한 전장에서 싸우려고 하는 등 치열한 수싸움을 펼치지요. 저도 다음에 토론을 볼 때는 승패를 떠나 논객들이 어떤 패를 들고 싸우는지 관심있게 지켜보려 합니다.  쓰다보니 토론 면접에서 필요한 잔기술 몇가지를 빠뜨렸군요. 고건 다음시간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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