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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뒤 얘기

천기누설, 아나운서도 힘든 우리말 발음

정확하고 바른 우리말로 방송을 진행하는 아나운서.
뉴스 앵커와 프로그램의 MC로서 진행을 하려면 정확하고 또렷한 발음은 기본이겠지요?
아무리 어려운 말도 막힘 없이 술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원래 저렇게 발음을 잘하는 사람들인가?
특별하게 보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아나운서도 사람입니다.
잘 안되는 발음도 있고 뉴스에서 볼까 두려운 발음도 있습니다.

지금부터 천기누설입니다.

관광, 위원회  

두 단어의 공통점. 이중모음이 여러번 쓰였습니다.
보는 순간 한숨부터 나옵니다.
관광은 '관강'으로 말하기 쉬우며, 위원회는 두번째 음가인 '원'의 발음을 뚜렷하게 내는 게 힘들지요.
잠시라도 긴장을 풀거나 빨리 말하면 아나운서도 잘못 발음하기 딱 좋은 게 이중모음입니다.

(참고로 ㅚ, ㅟ는 단모음이나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고 언어 현실을 고려해 이중모음으로 분류했습니다. 혹 시험에 나오면 ㅚ, ㅟ는 단모음이라고 하셔야 정답입니다. 발음만 이중모음을 허용할 뿐입니다.)


공포의 'ㅅ' 발음  

ㅅ, ㅈ, ㅊ 어려운 발음 3형제죠?
보통 'ㅅ'발음이 또렷하게 안되면 다른 발음도 잘 안되기 마련입니다. 

'ㅈ,ㅊ'이 모두 'ㅅ'발음을 기초로 한 것이거든요. 
안되다 보니 'thㅏ랑해'처럼 'ㅅ'을 격하게 처리한 분도 주위에 많으시지요?


아나운서는 다 될 것 같지만 안 그렇습니다. 
숫사슴, 수수료, 수사처럼 'ㅅ'이 여러번 들어가 있으면 대략난감입니다. 

잘 안될 때는 그 전에 포즈를 두고(한 호흡을 쉬고) 강조를 하듯이 또박또박 말하는 게 요령입니다.  

(ㅅ 발음을 근본적으로 고치고 싶다면 피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린 아이들도 가장 늦게 발달하는 자음발음이 'ㅅ' 발음이거든요. 그만큼 어렵고 고차원적인 발음입니다. 혀가 짧아서 안 되는다 분도 계신데 조물주가 그리 허술한 분이 아닙니다. 혀의 위치의 문제일 때가 많은 것 같아요. )    

의외의 ㄴ 받침  

"전문가가 왜 점문가처럼 들려?"

아나운서 초년병시절, 선배의 지적은 날카롭습니다. 
정말 점문가처럼 들리더군요. 
찬찬히 살펴보니 대체적으로 'ㄴ'받침이 뚜렷하게 안 하고 있더군요.  

건강, 신문, 전문가, 전국,  전북(행정구역), 친구, 한국, 선생님
지금도 조심하는 발음입니다. 

말하다 숨 끊어질 듯, 복합어  

식품의약품안전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국관광공사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실생활에서 절대 발음할 일 없는 말들입니다. 각종 정부기관과 산하 단체들이죠.

뉴스에서 안 나오면 아주 섭섭한 기관들입니다.
발음만 힘든게 아니라 길~다는 게 더 문제죠.   
이 걸 한 호흡에 말한다고 생각해보면, 아찔하죠.^^

무슨 손병호 게임인가?  

"동반성장이 잘 안되는 이유가 발음부터 안되기 때문인가 봅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말입니다.

본인도 자꾸 '동방성장'으로 발음하게 된다는 것이었지요. 
자꾸 동방불패가 떠오르는 건 저만인가요?


MB 정부에선 자꾸 새로운 말들을 만들어 냅니다.
공생발전, 동반성장......  제대로 기억에 남는 게 없는 걸 보니 그다지 임팩트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인구에 회자되길 원하는 의미가 담긴 말이라면 글자보다 발음하기 쉬운 말들을 골라야 하지 않았을까요?

잠시 논점에서 벗어 났습니다.
동반성장, 광양항 물동량, 참전복죽 이런말들은
제 눈에는  '표인봉형, 쿵덕더덕덕'만큼 두려운 단어들입니다.
아나운서라도 비슷비슷한 자음과 모음이 섞인 말은 정말 쉽지 않지요^^

이름도 생소한 외국인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 CIA국장 그나마 이분은 쉽습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이 분은 볼 때마다 잘못 발음할까 무섭습니다.

왜 자주 틀리게 될 까요? 영어식 표현에는 익숙하지만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요즘 방송에서 많이 나오는 태국요리들 '똠양꿍'
맛은 있다지만 발음은 아놔 ㅠㅠ

설마하는 '~습니다'  

방송인은 다수의 시청자를 상대하기에 존대말, 경어를 쓰게 됩니다. 
그 중에서 뉴스에서는 '~습니다'를 단골로 쓰지요. 
습니다의 발음은 원래 [슴니다]입니다. 하지만 편의상 [슴미다]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입니다'도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 '방침입니다'이건 정말 평생 숙제같은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