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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토론 면접에서 점수를 따는 몇가지 포인트

토론이란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라 게임입니다. 말싸움은 자기 주장의 반복일 뿐입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이지요. 이에 반해 토론은 게임입니다. 상대의 강한 공격은 방패로 막고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고, 전장이 불리하다 싶으면 내가 유리한 장소로 이동하는 치열한 논리싸움, 즉 수싸움이지요. 지난 시간엔 토론면접에서 어떻게 수싸움을 펼쳐야 하는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번 글이 궁금하시면 클릭하시고요^^ 

2010/09/03 - [일상] - 토론 면접의 정석: 토론은 수싸움이다.

오늘은 토론 면접의 잔기술 몇가지를 알아보겠습니다. 토론은 수싸움이라는 글이 토론의 정석을 이야기 했다면 오늘은 구체적으로 면접관에게 어떻게 점수를 따는지, 몇가지 포인트를 알아보지요. 

상대에 집중하라.  


상대편이 이야기를 할 때, 듣는 사람은 무엇을 해야할까요? 실제 면접장에선 풍경은 이렇습니다. 메모지와 볼펜까지는  잘 가지고 옵니다. 하지만 상대가 말 할 때, 시선은 메모장에만 꽂히게 되지요. 토론이란 상대가 있는 싸움이고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메모장만 바라보는 취업 준비생에게 면접관이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겠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잘 들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상대의 눈을 쳐다보거나, 미간을 쳐다보면서 상대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아닌 상대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모든 이야기에는 허점이 있습니다.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의 주장이나 근거의 허점을 찾아내기 위해서 집중하는 것이지요.

전선을 제시하라!  


TV 토론 프로그램을 보실 때, 여러분을 무엇을 보시나요? 혹시 논객들의 화려한 말발에만 현혹돼 있지 않으신지요? 시야를 넓혀 TV토론의 큰 그림을 보면 토론이 재밌어집니다. 100분 토론에서, 체벌 찬반에 대한 토론을 한다고 가정해보지요. 실제 학교 현장 체벌 실태에 대해 10분, 체벌의 교육적 효과가 있느냐로 10분,  다른 나라의 사례 10분, 체벌이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냐로 10분, 마지막으로 체벌 대체 수단이라는 대안 논쟁으로 10분 등, 논점에서 벗어나지 않는 다양한 전선에서 진검승부를 펼칩니다.

TV토론에선 사회자가 다양한 전선들을 던져 주지만 토론면접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자가 있다하더라도 고작 발언권을 주는 수준이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토론면접의 논의는 확장되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도는 것입니다. 토론 면접에 들어가기 전, 한 호흡 쉬고 큰 그림을 그려야합니다. 내 주장의 논거를 마련하는데 모든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전선들을 능동적으로 제시할 것인지도 준비해야하는 것이지요. 면접장에서 전선을 능동적으로 제시할 때, 면접관들은 주도적으로 토론을 이끈다는 평가를 내릴 것입니다. 토론면접의 잔기술 두번째, 전선을 제시하라! 잊지마십시오

 

비유와 예로 나를 부각하라.  


50년 동안 썩은 정치판을 이제 갈아야합니다. 50년 동안 삽겹살을 같은 불판에서 구우면 고기가 새까맣게 타버립니다.
이제 바꿀 때가 됐습니다.
- 노회찬

우리나라 시국을 자동차 회사에 비유를 해볼게요. 소비자인 국민이 차를 샀는데 의자가 좀 불편해요. 그게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예요. 소비자는 참았어요. 핸들링이 안 좋아요. 영어 몰입교육이예요. 그것도 참아요. 근데 이 차가 브레이크가 안 들어요. 간과할 수 없는 결정적인 하자지요. 이게 바로 소고기 문제입니다. - 100분토론 광주 양선생. 

이 두 사람은 어록을 만들어내며 토론에서 스타가 된 사람들입니다. 그 날 토론의 핵심인 주제는 사람들에게 잊혀졌지만 이 사람들의 말은 살아남았습니다. 이게 바로 토론에서 '비유'라는 무기를 적절히 활용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입니다. 비유가 복잡한 문제를 명쾌하게 정리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면 '예'는 내 주장에 생기를 불어 넣고 논리를 더 탄탄하게 해줍니다. 주장과 논거는 그럴듯 한데 뭔가 2%늘 부족한 이유는 실제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패를 읽어야 한다.  


고스톱 한 번이라도 쳐보셨지요? 왜 나만 계속 돈을 잃는 걸까요? 따도 크게 점수가 안 나고 다시 분위기가 상대에게 넘어가는 걸까요? 고스톱의 하수는 내 패만 봅니다. 하지만 고수는 상대의 패를 보지요. 상대의 패를 보고 주지 말아야할 패과 어떤 패를 먼저 먹어야할지 계산하는 고수를 하수는 절대 이길 수 가 없습니다. 

토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의 패를 알고 임해야합니다. 어떤 카드로 날 공격할지, 어떤 약점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적절한 공격과 수비를 할 수 있습니다. 체벌 찬성을 한다면 상대가 세계적으로 체벌 금지가 대세라는 창으로 날 공격하할 것이란 걸 알고 있어야 '미국 22개 주는 체벌을 법률적으로 보장, 영국도 다시 체벌 합법화 논의가 시작됐다는' 방패로 막을 수 있습니다. 또 체벌을 반대한다면 상대가 '전통적으로 우리는 체벌을 인정해왔다는' 창으로 공격할 것을 예상해야만 '학생 인권 감수성이 예전과 달라졌다, 시대가 달라졌다'라는 방패를 쓸 수 있습니다. 

100분 토론 보실 때, 내 패널이 주장하는 이야기에만 지금 귀 기울이면서 박수치고 계십니까? 반대편에서 어떤 창으로 내 패널을 공격하는지 유심히 보십시오. 어떤 주장이든 허점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대의 논리에도 누구나 수긍가능할 만한 것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서 신문도 자신의 취향이 아닌 다른 신문도 부지런히 읽어야 하는 것입니다. 또, 면접토론은 찬성과 반대가 내 뜻과 달리 결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평소에 내 패만 자꾸 들여다 보다가는 어떤 결과를 맞게 될지 그림이 그려지시죠. 토론의 잔기술 네번째, 상대의 패를 읽어야한다!

글을 마치면서......  


토론이란 말싸움이 아니라 게임이라고 서두에 말씀드렸지요. 상대의 패를 읽고 들어오는 공격을 예측하고 막아내고, 비유와 예라는 필살기로 단조로운 공격의 패턴에 변화를 주고, 다양한 전선을 이동하면서 보는 사람의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고, 마지막으로 상대를 존중하는 시선까지. 흥미진진한 게임처럼 토론도 어떻게 펼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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