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다녔던 2곳의 회사는 모두 정규직이었습니다. 정규직으로 회사를 다닐 때는 뉴스에서 보는 비정규직 문제가은 안타깝긴 했지만 남의 일이었지요. 간혹 계약 기간을 갱신할 때 불안해 하는 걸을 보며 그들의 고충을 지레 짐작하기도 했지만 아이를 낳아 보지 않고 엄마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듯이 비정규직의 삶이 어떤 것이지 감을 잡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비정규직이 되보기 전까지는 말이죠.

같은 일, 다른 월급  

                                      
3번째 옮긴 회사가 비정규직이었습니다. 그동안 꿈꿔왔던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과감히 옮긴 것이지요. 그런데 회사에 출근하고 월급을 받았을 때,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같이 입사했던 동기들의 월급에 비해 제 월급이 20만원 정도 적었던 것이지요. 비정규직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했던 업무는 다른 회사에서는 정규직인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거기다 시험 역시 정규직과 거의 똑같은 절차를 통해 뽑았지요. 서류전형, 면접 2번, 최종 면접까지 힘든 채용절차를 거쳤지요. 심지어 같은 직종의 선배들 역시 정규직이 많았습니다. 같이 힘들 게 뽑혀서 비슷한 강도의 업무를 하면서 월급이 다르다는 것, 이것은 사실 모든 것의 시작일 뿐이었지요.  

비정규직은 선배가 아닌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것은 1년 뒤에 후배가 들어온 뒤였습니다. 같은 업무는 아니었지만 워낙 직원 수가 적은 회사였기에 모두 선후배로 통칭하는 회사에 새로 들어온 후배는 저에게 선배라고 부르지 않더군요. 전 그 친구 파트의 비정규직, 정규직 가릴 것 없이 당연히 선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대우를 받고 싶다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이 절 어떻게 볼지 걱정이 되더군요. 거기다가 나이도 제가 위인데 가끔 말까지 놓는 것은 인상이 저절로 써지더라고요. 제가 정규직이었어도 그 친구 그랬을까요? 나중에 제가 피해 다니게 됐습니다. 회사에서 비정규직이 분란을 일으켜봤자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옆 사진은 제 사진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ㅎㅎ)

이직의 자유도 없나?  

비정규직을 벗어나고자 정규직인 다른 직장으로 옮기려고 시험을 쳤습니다. 먼 곳에서 치르는 시험이라 몇 번의 휴가를 내자 회사에서 눈치를 챘나 봅니다. 그런데 놀라웠던 건 어떻게 알았는지 어느 회사에 시험을 치는지까지 알아내 압박을 해오더군요. 실제로 제 후배는 다른 회사의 시험을 치려면 나가라고 해서 사직서를 낸 상태였습니다.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었으면 이직을 할 필요도 없었겠지요. 더군다나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이직을 막으려고 하던 상사의 태도는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사표를 내야했던 후배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나라는 의구심마저 들었습니다.

기약없는 정규직 약속  

선배들의 말 중 제일 싫었던 것은 '영선씨, 이번엔 잘 될거야'라는 말이었습니다. 바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였지요. 물론 저를 위로하기 위해 하는 이야기란 점에서 고맙기도 했지만 쓸 때 없는 기대를 갖게 만드는 말이었지요. 그 전 윗 선배를 봐도 그 말만 믿다가 결국 회사에서 계약만료를 통보받았습니다. 정규직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 회사의 여러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나갔고 온갖 궂은 일은 맡아 '걱정마 넌 정규직 되'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결과는 그랬습니다.

결국, 비정규직이여 안녕  


4번째 직장으로 이직했습니다. 비정규직 1년, 긴 어둠의 터널을 통과한 느낌입니다. 늘 계약만료에 대한 조급함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던 시기였기도 합니다. 그 때 이런 생각을 했었지요. '언젠가 이 경험이 내 인생에서 도움이 될 거야'라는 것이었죠. 아나운서(정규직이겠지요^^)가 된 지금그 때의 경험들이 뉴스를 할 때, 마음가짐을 다르게 합니다. 우리나라 취업자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입니다. 오늘 사무실에서 일하는 내 동료일 수 도 있습니다. 모든 비정규직을 다 정규직화할 수 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지금의 기업문화는 분명히 바뀌어야 합니다. 미래엔 남의 일이 아닌 내 일, 내 아이들의 문제가 될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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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아나